LS산전, 담합 후폭풍 ‘무더기 손배소’에 ‘휘청’
전력량계 담합사태 따른 한전 입찰시스템 논란 속
조달청, 기존 계속구매 여부 논의...위탁 가능성도
LS산전이 잇단 담합 적발로 ‘손배소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과속카메라 입찰 담합으로 국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데 이어, ‘전력량계 입찰 담합’ 혐의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 절차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LS산전으로선 거액의 배상금도 문제지만, ‘담합 기업’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과속카메라 담합 적발로 과징금 이어 손해배상금 지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이인규)는 국가가 무인교통감시장치의 입찰 가격을 담합한 LS산전 등 6개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업체들이 낙찰자와 낙찰 가격 등을 결정하는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며 “피고인들은 연대해 6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LS산전과 비츠로시스, 건아정보기술, 토페스, 르네코, 하이테콤시스템 등 6개 업체들은 2008년까지 정부의 무인교통감시장치 구매입찰에 참여해 낙찰자, 낙찰가격 등을 모의한 혐의를 받았다.
방법은 이랬다. LS산전 등은 입찰 공고가 나면 10일 전 쯤 모임을 갖고 각자 원하는 낙찰 희망지역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입찰이 시작되면 해당 지역의 낙찰 예정자로 약속된 업체는 조달청이 책정한 기초금액의 97∼98% 정도 가격을 써내고 나머지 업체들은 이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써내 ‘들러리’는 서는 수법을 섰다. 담합이 이뤄진 4년 동안 교통단속 카메라 입찰은 95건, 장비 값으로 모두 451억원이 지불됐다. 이들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혈세는 줄줄 낭비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이런 사실을 적발해 자진신고를 한 르네코를 제외한 5개 업체에 3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중 LS산전은 가장 많은 과징금인 12억5,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후 적발된 업체들은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3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번에 국가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LS산전 등은 과징금에 이어 ‘손해 배상금’까지 물게 됐다.
재판부는 업체들의 담합으로 국가가 입은 손해액을 총 113억원으로 산정했지만, 2005년의 담합행위는 소송제기일인 2011년을 기준으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5년이 지나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됐다. 또한 국가의 ‘관리 부주의’를 이유로, 업체들의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하면서 이번 배상금액이 산정됐다.
6개 업체들이 67억원의 배상금액을 어떤 식으로 나눠낼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LS산전의 경우, 과징금액수가 가장 컸던 만큼, 부담액이 가장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력량계 담합 사건도 손배소 추진 중
이런 가운데, LS산전은 또 다른 ‘담합 행위’로도 손배소 위기에도 몰려있다. 한국전력이 전력량계 입찰 과정에서 17년 동안이나 짬짜미(담합)을 해오다 적발된 LS산전 등 20개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는 과징금 부과에 이은 후속 조치다.
앞서 공정위는 1993년부터 2010년까지 한전이 발주한 전력량계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한 LS산전 등 14개 제조사와 2개 전력량계조합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9,3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LS산전은 가장 많은 과징금인 38억7,800만원을 부과 받으며 검찰 고발 조치됐다.
이처럼 담합 혐의에 따른 후폭풍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LS산전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비난의 화살은 구자균 LS산전 회장에게도 쏠렸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LS산전 대표이사 CEO 취임 이후 회사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고 초고압 직류송전(HVDC)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진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잇단 담합 행위 적발은 그의 이런 ‘경영 평가’를 빛바래게 하고 있다.
▲ 구자균 LS산전 회장
이에 대해 LS산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소송 결과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있다”며 “현재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적발된 담합 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꺼번에 담합 손배소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미 담합 건은 수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공교롭게 시기적으로 맞물려 주목을 받게 되다보니,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LS산전 관계자는 “한전이 제기한 소송은 법리적인 다툼이 있는 만큼, 소송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